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먼저 따라두었습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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U5FCBE4

작품 이야기

아직 만나본 적 없는 북쪽의 누군가에게 쓴 편지입니다. 저는 차를 좋아해서 손님이 오면 잔부터 꺼내는 버릇이 있는데, 어느 저녁 문득 잔을 하나 더 꺼내 보았습니다. 통일이라는 말이 너무 커서 손에 잡히지 않을 때, 그냥 차 한 잔 먼저 따라두는 마음이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. 그 마음을 그대로 적었습니다.
아직 얼굴도 모르는 당신께. 오늘 저녁엔 잔을 하나 더 꺼냈습니다. 개성 인삼차라고 하던데, 저는 아직 마셔본 적이 없어요. 대신 제가 늘 마시는 보성 녹차를 당신 몫으로 먼저 따라두었습니다. 식으면 다시 데우면 되니까요. 우리 사이에 놓인 게 선이 아니라 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. 마주 앉아서, 이게 더 쓰네 저게 더 구수하네 하면서 한 잔씩 바꿔 마시는 그런 저녁이요. 언제 오실지는 몰라도 물은 늘 올려두겠습니다. 천천히 오세요. 남쪽에서, 아직 이름을 모르는 이웃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