편지
작품 이야기
분단은 편지 한 장 부치지 못하는 일상의 단절로도 존재한다. 아버지가 평생 써 온 편지는 닿지 못한 그리움의 기록이고 화자는 그 편지를 대신 부치겠다 다짐한다. 통일을 거창한 사건이 아나 멈췄던 우편이 다시 이어지는 것처럼 끊어진 일상과 그리움이 회복되는 순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.
아버지 책상 서랍엔
부치지 못한 편지가 몇 장 있었다
받는 사람 자리엔 지명만 적혀 있고
우표는 끝내 붙이지 못한 편지들
"어차피 안 갈 텐데" 하면서도
매년 설이면 한 장씩 더 써 넣으셨다
봉투 뒷면엔 작은 글씨로
1953, 1972, 1998, 2019
아버지는 그렇게 세월을 세고 계셨다
요즘은 어디로 부치든 사흘이면 닿는데
딱 한 곳, 지도에서 흐려진 그 동네만
아직도 배송 안 된다고 뜬다
아버지, 살아 계셨으면
훗날 내가 부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
늦었지만, 받는 사람은
아직 거기 있을 거라고